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과도 진심을 나누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과도 진심을 나누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건넬 때마다 그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계산한다. 지나치게 솔직한 말을 할 경우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줄까 걱정하고, 너무 가식적인 말을 하면 본인이 그 말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서로와의 관계에서 어떤 교감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사람 사이의 그 미세한 감정선, 말 한마디로도 달라지는 관계의 온도, 그 속에서 우리는 점차 말보다 많은 것을 담으려 노력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순간들은 언제나 상대방과의 관계가 견고할 때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마음속의 걱정을 말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내 말을 기다려주었고, 그 말을 존중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도 그 친구가 내가 어떤 말을 하든 그 말을 진지하게 듣고, 그 말의 깊이를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말을 아끼게 된다. 사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감정을 입 밖에 내지 않으려 한다. 말 한마디가 갈라놓을 수 있는 관계를 염두에 두고, 그저 어쩔 수 없이 침묵을 택하는 것이 더 편해지기도 한다.

물론, 말은 한편으로는 사람 사이의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의미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때로는 그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상대방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미리 예측하려 들다 보니, 오히려 말은 점점 더 형식적인 틀에 갇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말 대신 표정이나 몸짓으로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감정은 항상 어딘가에서 움츠러들고, 갈 곳을 잃은 채 쌓여간다.

진심을 말로 풀어내는 일은 그 자체로 용기가 필요하다. 감정을 말로 표현할 때 우리는 타인의 반응을 염두에 두며 그 말을 꺼낸다. 만약 그 반응이 나와 맞지 않거나, 나의 말을 오해한다면 그 말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상처를 준다. 이 상처가 쌓이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진심을 전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편안하고 안전한 거리에서만 관계를 맺으려 한다. "그냥 그런가 보다"라는 식의 태도는 무언가를 말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점차 무력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침묵이 언제나 해결책인 것은 아니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상상하고, 그 상상 속에서 불안해한다. 말을 아낀다고 해서 관계가 더 깊어진다거나, 진심이 더 잘 전달된다고 믿을 수는 없다. 오히려 말이 없을 때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만의 추측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 그 오해 속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진심을 나누지 않은 관계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결이 흐려지고, 마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말을 아끼고, 침묵을 선택한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어 한다. 그것은 단순히 말의 교환을 넘어서서, 마음의 연결을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소통의 방법을 찾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며 인간 관계를 풀어내려고 한다. 결국, 진심을 전하는 방법은 어떤 말이나 형태로 완벽히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 각자가 지닌 특별한 방식, 혹은 순간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 노력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말로만 전달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전하려면, 우리는 때로 말보다 더 중요한 것들—시간, 믿음, 그리고 마음을 서로에게 조금씩 내어주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서로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말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나누고 있다. 결국, 그 나눔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진심을 찾고, 그런 진심들이 다시 새로운 관계의 시작점이 된다. 그렇기에 인간 관계는 언제나 완전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미완성의 과정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지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